공관복음서 문제(3): 잠정적인 결론​

그 동안 공관복음서라고 부르는 세 권의 복음서에 유사성과 차이점이 나타나게 된 이유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성경신학자들은 이러한 주제를 "공관복음서 문제"라고 부릅니다. 이제 우리는 그 동안 생각해 본 내용들을 참고해서 공관복음서 문제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보겠습니다.​

  첫째로 공관복음서 문제 연구에서 외증(초대교회 지도자들의 증언)이 차지하는 위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 동안 성경 학자들은 공관복음서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있어서 초대교회 지도자들의 증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반대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초대교회 지도자들의 증언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는 초대교회 지도자들은 당시에 교회 안에서 공인을 받은 지도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증언은 복음서 연구에서 권위 있는 것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마가복음의 배후에 베드로가 있었다는 증거와, 마태복음이나 누가복음의 저자에 대한 교부들의 증언은 결정적인 반대 증거가 없는 한 중요한 자료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로 양식사학파의 주장대로 복음서가 기록되기 전, 즉 구전으로 복음이 전파되던 시기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기는 예수님을 직접 목격한 증인들이 살아 있던 기간은 약 30년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유대교는 기억술을 통해서 구전으로 전승을 전달하는 전달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유대교 배경을 가진 사도들 역시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교훈을 전달했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러므로 복음서 연구에서 구전 시기에 대한 연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셋째로 복음서 저자를 편집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저자로 볼 것인가? 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는 그의 서문에서 복음서 저자들이 목격자들의 증언과 기타 다른 자료를 참고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복음서 저자들은 부분적으로 자료들을 수집하고 그 자료들을 편집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식학파의 주장처럼 그들이 자기 견해가 전혀 없이 단순히 수집된 자료를 편집하기만 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복음서 저자들은 목격자들의 증언과 그들이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그들이 가진 신학적 입장에서 복음서를 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복음서 저자들은 복음서 자료의 편집인인 동시에 저자의 역할도 담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복음서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요인들

 1) 기록된 복음서는 매우 이른 시기부터 이미 교회 안에 권위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음서의 권위가 복음서 자체에 있지 외부로부터 부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2) 복음서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특별한 한 인물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음서를 다룰 때에 일반 양식이나 장르에 맞추어서 해석하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복음서를  다룰 때에 복음서라는 독특한 양식을 인정하고, 그 양식에 적합한 방식으로 복음서를 연구해야 합니다.

 3) 일부 성경 학자들은 복음서가 당시의 교회 공동체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복음서가 당시의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기 보다, 오히려 복음서가 공동체의 설교와 가르침의 기본을 형성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또한 우리는 복음서 기록의 배후에 성령의 활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 학자들은 복음서 기록에 있어서 이러한 성령의 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왔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복음서 내용에 대한 여러 가지 오류들을 지적하는 데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만찬 때에 제자들에게 성령님에 대해서 분명히 언급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자신이 가진 후에 보혜사 성령님께서 오실 것이며, 그 분이 오시면 자신이 한 말을 생각나게 하고, 그들을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실 것이라고 약속해 주셨습니다(요 14:26, 15:26, 16:13,14 참고). 우리가 이러한 예수님의 예고를 사실로 인정한다면, 복음서를 기록한 저자들의 활동의 배후에 성령의 역할이 있었다는 사실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3, 복음서 기원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

  그러면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공광복음서 문제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 보겠습니다. 우리는 세 권의 공관복음서들이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서 기록되었으며, 이러한 일로 인해서 공관복음서에 유사성과 차이점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1) 1단계
  설교자인 사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내용에 대해서 많이 설교했지만, 그리스도의 수난 기사만을 따로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베드로의 설교를 보면, 그는 예수님의 수난에 대해서 설교할 때에, 도잇에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행 10:39).

 2) 2단계
  복음이 확장됨에 따라 교회에 새로 들어온 성도들을 교리적으로 교육할 필요성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도들은 이러한 교리교육을 위해서 복음의 내용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만들 필요를 느끼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필요에 따라 사도들은 예수님의 말씀과 교회에 필요한 내용을 포함해서 교리 교육서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리교재는 구전 형식이나 기록된 문서, 또는 이 형식이 함께 섞인 형태로 조직되었을 것입니다. 초기에 만든 교리교육 교재는 아람어로 기록되었고, 또 이러한 교리교육 교재는 마태복음의 기록에 밀접한 관계가 있었을 것입니다.

 3) 3단계
  마가는 베드로와 친밀한 접촉을 통해서 자주 베드로의 설교를 들었으며, 그 설교 중에서 일부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마가는 그 기록(메모)들을 기초로 해서 로마인들을 위해 (실천적인 입장에서) 마가복음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일 이 가정이 옳다면 마가는 드로와 함께 로마에 있었으며, 베드로가 세상을 떠난 뒤에 베드로의 회고록을 기록했을 수도 있습니다.

 4) 4단계
  마가복음서가 로마에서 기록된 후에 마태가 그 복사본을 입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태는 원래 예루살렘에 있던 교리교육 교재에 마가복음의 내용을 첨가하고 확장시켰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정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마태복음이 생겨난 것으로 보입니다.

 5) 5단계
  누가는 개인적으로 마가와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처음부터 예수님의 이야기에 대해서 기록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목격자들의 증언과 여러 자료들을 수집하여 예수님에 대해 연구했을 것입니다. 후에 누가는 마가가 쓴 복음서의 사본을 입수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누가는 가이사랴에 있을 때에 그곳에 있던 교육 자료를 얻게 되었는데, 이것은 마태복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는 이때에 마가복음과 다른 자료들을 참고해서 누가복음을 기록했을 것입니다. 그가 만일 마태복음의 자료를 입수하지 않고 마가복음과 가이사랴에서 입수한 자료를 가지고 독자적으로 누가복음을 기록했다면, 누가복음이 마태복음과 차이점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6) 6단계
  처음에 교회들은 세 복음서 중에서 한 권만을 권위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동시에 세 복음서가 같은 지역에서 나타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세 복음서가 사람들에게 서서히 알려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초대교회가 이 세 권의 복음서를 모두 권위 있는 것으로 인정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는지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교회들이 서로 왕래하며 서신들을 나누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세 권위 복음서가 점차적으로 교회에 알려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서 교회는 세 권의 복음서를 권위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을 것입니다.

 7) 결론